인생의 우연은 없다, 오직 인연만이 있을 뿐
인생의 우연은 없다.
오직 인연만이 있을 뿐
우리 삶에서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게
우연이 아니라
너와 내가 지은 인연에 의한 것이라고 합니다.
칠불암에 내려오는 불교 설화 중 인연에 관한 얘기가 있어요.
고려시대 때 불교가 많은 폐단이 있었어요.
가끔 '고려시대 인과응보로 조선시대 불교가 이렇게 핍박을 받았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야기 배경시대가 불교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을 조선시대 때이니 스님들이 천민 취급을 받았겠지요.
지리산 밑 큰 고을에 사또가 왔는데
하루는 그 사또가 부하들을 데리고 칠불암이 그렇게 유명하다니 거기에 가보자 했대요.
그 사또가 칠불암에 왔는데
기분이 너무 안 좋은 거예요.
명색이 사또가 왔는데
스님들이 내다보지도 않았던 거죠.
기분이 싹 나빠지려고 할 때
젊은 스님이 지나가니
그 사또가 화가 나서
저 젊은 스님을 데려다가 곤장을 쳐라 그랬대요.
곤장을 치는데
사또가 보니까 그 젊은 스님이 갑자기 불쌍해지더래요.
저 젊은 스님이 잘못한 일이 하나도 없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했대요.
곤장 일곱 대를 때렸을 때 멈춰라 했답니다.
그래서 너무 미안했던지
그 젊은 스님 손을 잡으면서
"스님 미안하오. 내가 갑자기 화가 나서 곤장 일곱 대를 쳤는데, 내가 대신 절에 삼 년 먹을 쌀을 대어주겠소" 했습니다.
절에서 난리가 났어요. 그 옛날 산골짜기에서 쌀이 얼마나 귀해요.
그런데 그 젊은 스님은 기분이 언짢아서 갑자기 눈물이 나더래요.
이 사또라는 사람이 갑자기 곤장을 때리다가 쌀을 왜 또 주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대요.
그리고 왜 곤장을 일곱 대를 때렸을까 했더래요.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했는데
그 젊은 스님이 수행을 열심히 하다가 나중에 큰스님이 되었어요.
달 밝은 밤에 호롱불 하나만 켜놓고
참선을 하시다가
불현듯 젊었을 때 사또에게 곤장을
맞았던 게 떠오르는 거예요.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큰스님이 되었는데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더래요.
그때 홀연히 호롱불이 펄럭거리면서
자신의 전생이 보이는 거예요.
이게 남 얘기가 아니에요.
'우리가 그때 왜 그랬을까?' 하는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얘기입니다.
머나먼 과거에도 이 스님이
칠불암의 스님이었는데,
그때 그 절에 큰 불공이 들어와서
상을 마련하고 있을 때 마을에서 절로 자주 놀러 오는 개가 있었습니다.
개가 뭘 알겠습니까?
부엌에 살며시 들어가서
불공으로 올릴 그 공양을 먹습니다.
개가 부엌에서 나오는데 스님을 만나요.
스님이 화가 나요.
그래서 스님이 이놈의 강아지 새끼
이러면서 개를 발로 뻥 찼대요.
그러니 그 개가 떡을 놓아 버리고 깨갱 하면서 도망가더래요.
그 모습을 보니
스님이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내가 스님답지 못하게 이 떡 한 조각 때문에 저 불쌍한 미물을 발로 찼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떡을 들고서 개야 미안하다
그러면서 떡을 던지니
개가 그 떡을 씹어 먹었겠죠?
그때 그 개가 이번 생에 사또로 태어납니다.
항상 절에 와서
기도하는 스님을 보고 스님을 좋아하는 마음을 자꾸 일으켰기 때문에 그 공덕으로 사또로 태어났대요.
그 사또가 그 스님을 보자마자
화가 났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죠.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를 봤는데, 도와주고 싶고,
좋은 게 생기면
뭐라도 주고 싶은 사람 있죠?
그 사람과는 좋은 인연입니다.
반대로 처음에는 좋았는데,
나중에는 보기 싫은 사람도 있죠?
바로 우리의 삶의 인연은
칡넝쿨처럼 서로 엉켜있어요.
좋은 인연과 나쁜 인연이 섞여있어서
좋았다가 싫어지고,
싫었다가 좋아지는 것입니다.
스님이 무릎을 딱 치면서
'발길질 한 번 하고 떡 한 조각 던져줬더니 곤장 일곱 대에 삼 년 먹을 쌀로 돌아왔구나' 했대요.
여러분도 여러분이 살아가면서 만난
그 숱한 사람들이 인연의 씨앗입니다.
씨앗도 결국은 누가 심어놓은 거죠?
불교에서는
이혼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어요.
대신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헤어지되, 원망하지 말아라.
잘못된 인연이 펼쳐진 것은
서로의 업이니
서로를 원망하지 말아라"
라고 하셨습니다.
그 사람을 만난 것도 내 업입니다.
〈공덕을 꽃피우다〉
광우 스님 지음
모든 일들은
어떤 인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요.
우연같은 만남이,
필연 같은 인연이
인생을 크게 바꿔놓기도 합니다.
인연은
사람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물건과의 만남, 동물과의 만남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치고 만나는 모든 것을 포괄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인연들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성장합니다.
나와의 인연으로
내곁에 와준 모든 것에
감사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아름다운 인연을 더욱 소중히 가꾸어가는 방법입니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선택과 행동을 통해
더 좋은 인연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겠죠.